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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여행기

21년도 기록 연말정산


올해의 산
설악산이다. 10월에 다녀 온 설악산은 조금 더 특별했다. 올해 첫눈을 설악산에서 처음 봤기 때문이다. 등산한 날 바로 며칠 전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바람에 설악산에 눈이 와버린 것이었다. 며칠 뒤 등산을 한 날엔 날씨가 좋았고, 첫 눈까지 볼 수 있었다. 힘든만큼 갚진 경험을 하게 해준 산이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볼 때 압도당하는 그 짜릿함이 등산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올해의 브랜드
등산, 캠핑, 클라이밍 등 아웃도어 활동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낸 올해였다. 쉬는 날엔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 내 몸을 맡겼다. 밖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밖에서 운동하며 땀흘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요하게 느끼는 건 옷과 장비였다. 운동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면서 몸을 보호해주기 위한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산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능적이면서 동시에 미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 브랜드가 뭐가 있을까 인스타그램을 뒤적였다. 멋지게 아웃도어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들 속에서 겹치는 브랜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아크테릭스'는 독보적인 색감을 보여줬다. 컬러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팀이 있을 정도로 색상에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아크테릭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 둘 찾게 되면서 스터디를 했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내는 목소리, 제품에 담은 기술과 목적을 알아가면서 나에게 적합한 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옷장을 살펴보니 아크테릭스의 옷으로 한 쪽을 채웠다. 기분이 흐뭇하다.

 


 


올해의 영화
코로나는 창작자들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연초에 극장가에 활기를 띄게 만든 영화가 한편 있었다. 바로 디즈니의 소울이라는 영화다. 사후 세계로 이동한 다음 태어나기 전의 영혼으로 돌아가는 설정인데 여기서 태어나기 싫어하는 영혼을 만나고 이 영혼의 멘토가 되어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의 영화다. 가슴 따듯해지고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영화라 기분 좋게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의 음악
노래를 집중해서 듣다보면 멜로디에 집중되는 경우, 가사에 집중되는 경우, 멜로디에 가사가 너무 잘 어울려서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매년 세 번째 경우의 곡이 발견된다.  2019년 12월에 나온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다. 처음 이 노래를 들은 날, 한곡 재생으로 하루 종일 이 노래만 들었다. 노래를 알게 된 시점이 심적으로 힘들고 지쳐있을 때였었는데, 어떻게 알고 이 노래가 때마침 다가왔다. 의지를 할 수 있는 노래가 생겨서 마음이 좀 더 가벼워지고 내 편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만드는 노래다.
회사에선 퇴근하기 전에 퇴근곡으로 개사해서 부른다. '집에 가자~' 그렇게 퇴근을 하면 걱정도 덜고 기분도 좋게 퇴근을 한다. 듣는 상대방도 재밌어해서 더욱 기분이 좋다. 글을 쓰며 다시 들어보니 목 뒤가 저릿하다. 들을 때마다 소름돋는 곡이다.


올해의 넷플릭스
K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휩쓸었다. 특히 하반기에 상영한 콘텐츠가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한 작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상반기 때도 재미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나왔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연말정산을 할 때면 그 당시 재미있게 봤던 것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기록하지 않으면 100% 잊어버릴 것이라는 걸 알기에 6월 달에 가장 재미있게 봤던 콘텐츠를 기록해뒀다. 상반기 베스트 콘텐츠는 '러브 데스+ 로봇'이다. 2019년 시즌1로 시작한 러브 데스 로봇(이하 러데봇)은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묵직한 영감을 주는 콘텐츠로 각인이 되었었다. 러데봇은 스토리, 시각 연출, 3D 퀄리티가 수준이 높았기에 이 때 내 눈도 한 단계 수준이 올라갔다고 느낄 정도였다.  시즌1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지마 블루'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시즌2가 방영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꾸준히 새롭게 기획되고, 기존 방송사에서 보기 힘든 스토리와 스케일을 선보이면서 매년 선택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2022년 올해의 넷플릭스는 하나만 선택하기 말고 3개 정도로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만 올해의 넷플릭스 콘텐츠를 꼽자면 나르코스다. 시즌1 콜롬비아부터 시작해서 시즌2 멕시코로 확장되는 스토리 짜임새와 스케일이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 실재로 발생한 사건을 이정도로 잘 각색해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시즌2는 매회가 진행될 때마다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느낌이 강해서 한 편만 보고 잠에 드는 게 쉽지 않았다. 시즌3는 올해 방영이 되었고, 미겔 앙헬이 감옥에 수감된 후 카르텔이 분산되면서 서로가 경쟁하고 이를 막으려는 DEA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스페인어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년엔 스페인어를 공부해봐야겠다. 제일 많이 들었던 단어.  Patron!, Vamos!


올해의 플렉스
인생에서 이렇게 큰 돈을 써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단 한번도 없었다. 드디어 차를 샀다. 2017년식 레이 중고 12000km 탄, 거의 새 차인 중고차를 운 좋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이동수단이 생기자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경차라서 유지비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차를 사기 전, 입으로는 아반떼 살 바엔 소나타나 그랜져 사는게 더 낫지 않나라는 말을 쉽게 뱉어냈었다. 차를 사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내 주머니 사정과 현실감각이 마주하면서 그동안 내가 뭣도 모르고 지껄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차값도 어마했고, 차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비용들이 꽤나 많이 나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승용차를 끄는 사람들, 외제차를 끄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올해의 여행
올해 5월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자동차로 여행을 해봤던 경험이 있어 이번엔 스쿠터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2종 소형면허가 없어서 100cc 벤리를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났는데 비가 와서 불안했지만 곧 비가 그치고 날씨가 쾌청해졌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기분이 좋아 소리질렀다. 이 때 탄 경험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오토바이 면허 따는 법과 사고 싶은 오토바이를 검색해 봤다. 스쿠터 대여 하시는 사장님이 이륜으로 한라산 코스까지 가는 건 추천하지 않아서 터미널에 주차한 후 버스로 이동했다. 성판악 초입에 도착 후 등산을 시작했고, 등산과 하산 합쳐서 약 10시간 정도 걸렸다. 내려와서 터미널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 날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에 들려 공간을 경험하고 오후엔 미리 예약해 둔 서핑을 배웠다. 처음 서핑을 배웠는데 정말 재밌었다. 내년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다와 서핑, 스킴보드에 힘을 쏟을 것 같다.

 

올해의 캠핑장
나무에 둘러쌓이고 싱그러운 숲의 향기과 새들의 지저귐이 있던 곳, 호명산 잣나무숲 캠핑장이다. 올해 첫 캠핑장이기도 하면서 유료 캠핑장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었다. 나무 사이사이에 설치된 데크들은 꽤 촘촘하게 되어 있지만 문제될 건 없다. 나만 조용히 해주고 피해주지 말자라는 생각만 갖고 있다면 말이다. 숲의 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고 아기자기한 개울도 있으니 이만함 지상낙원이 또 있나 싶기도 하다. 올 겨울 눈이 소복히 쌓인 이곳을 상상해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울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방문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