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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여행기

오클랜드 타우포 스카이다이빙 하기 전과 후

여행을 다녀오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점 확산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입국했고 2주 정도는 최대한 야외활동을 자제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호주 바이러스 현황을 봤는데, 생각보다 더 빠르게 확산이 되고 있다. 그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겠구나 느낀 건, 마스크 미착용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공항 내부에서는 쓰고 있는 사람이 꽤 있었지만 밖으로 나오면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날씨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워낙 더운 날씨라.

 

침대에 누워서 가끔씩 여행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거나 블로그에 들어와 글과 사진을 읽어보거나 하면서 추억에 젖는 시간을 갖곤 한다.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한 글이 조회수가 가장 많다. 나도 이 글을 자주 읽는다. 이번 여행에서 하이라이트였으니까. 

 

그런데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스카이다이빙은 없었다. 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계획을 짜다보니 여행자들의 스카이다이빙 후기를 읽으면서 내 몸 안에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해볼까'라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부모님께 뉴질랜드에서 스카이다이빙이 그렇게 유명하대 라고 말했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걱정하셨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해보라라는 식으로 권유를 해주셨다. 사나이가 한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어서 여행계획표에 스카이다이빙을 적었다. 

 

플랜B를 만들어둘까 싶었지만 만들면 스카이다이빙을 안 하려고 온갖 핑계를 만들 것 같아서 세우지 않았다. 사람들이 슈트를 입히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났다.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거나 그런 것 없이 평온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점프를 하는 리키가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 나서부터는 긴장되기 시작했다. 스카이다이빙은 후불제라서 안 뛸 수 있는데, 뛰지 말까 뛸까. 두 가지 선택지가 내 머릿 속을 헤집어놨다. 그렇게 어버버하는 동안 리키가 나를 비행기 쪽으로 데려갔다. 

 

오늘 마지막 다이빙은 너라고 말하는 리키의 말에 뭔가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어서 허세가 충전되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해야해 이건 해야만 하는 거야. 최면을 걸었다. 비행기 앞쪽에 디지털 고도계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12,000피트가 되자 아랍 커플이 순서대로 뛰어 내렸다. 바람이 들어오는데 바람이 너무나 차가웠다. 내 몸은 더 바짝 긴장이 되었다. 

 

13,000피트가 넘어가면서 리키는 자기 몸쪽으로 나를 타이트하게 붙였다. 그리고 산소호흡기를 씌운다. 긴장해서 그런지 산소가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15,000피트가 되었고, 문이 열렸다. 카메라맨이 먼저 뛰어내리고 나의 다리가 허공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키는 앞 뒤로 몸을 흔들면서 숫자를 카운팅했다. 셋에 뛸 줄 알았는데, 원, 투 하고 뛰었다. 낚였다. 

 

떨어지는 순간 내 온 몸을 땅바닥이 엄청난 힘으로 당기는 느낌이었다. 최고 속도가 되기 전까지는 그냥 떨어지는 느낌만 든다. 번지점프에서 떨어질 때 그 느낌이었다. 바이킹의 그 간질거리는 느낌과는 완전 달랐다. 최고 속도가 되면서부터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날고 있는 느낌이었다. 날고 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리키가 고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떨어졌다. 일정 고도가 되자 낙하산을 폈다. 낙하산을 필 때 사타구니가 너무 아팠다. 근데 그 당시에는 사타구니보다 귀가 너무 아팠다. 기압이 빠르게 변하니까 귀가 멍한 게 아니라 찢어질 듯이 아팠다. 코에 힘을 줘서 기압을 맞춰주니 좀 괜찮아졌다. 

 

 

부모님은 솔직히 내가 스카이다이빙 못 할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허세를 부리면서 아이 뭐 별거 없어 라고 대답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난 후 '내가 상상하는 그 두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기 전까지는 두렵고 무서운 생각과 오만가지 상상을 했다. 비행기 문 앞에 서는 순간 그 두려움은 사라졌고, 하늘을 나는 그 순간은 짜릿함과 행복이 가득했다. 

 

그렇다. 두려움 뒤엔 짜릿함과 행복이 있다. 두려움은 없을 수가 없다. 뭔가를 할 때 그 두려움은 항상 내 앞을 가로막는다. 피하지 말자. 그 두려움이라는 커튼을 열어 젖히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